금정산 범어사 단풍
ktx를 타고 달아나는 가을, 남으로 남으로 달아나는 가을을 잡으려고 11.15. 부산 금정산 자락의 범어사로 갔다. 가을은 범어사에도 무수히 흔적만 남기고 이미 남해바다를 건넜다. 그러고 보니 대구 범어동에서 부산 범어사라???
당분간 1시간 30분 이내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에 따른 여행이다. 오늘도 그런 원칙을 적용하여 계획했다. 동대구복합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 노포동의 부산종합정류장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 하지만 기차여행보다 지겹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천년고찰 범어사의 조계문
노포정류장에서 90번 시내버스를 타니 산중턱으로 한참을 올라가서 범어사 정문앞에 선다. 범어사는 처음 찾는 절이다. 금정산을 등산하고자 몇번을 벼르다가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한 탓이다.
외롭게 서 있는 큰 키의 소나무는 계절이 없다. 올해도 큰 태풍이 두번이나 지나갔는데 용케도 버티고 있다. 불이문을 보제루와 겹쳐 잡아본다. 사실 뒷 건물이 무슨 건물인지도 모르고 겹쳐 봤지만 들어가서 보니 보제루다. 보제루는 사찰 중심 불전의 정면에 위치하는 건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에서 보제루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만세루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대웅전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 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꼽힌다. 오랜 전통의 이 절은 삼층 석탑, 대웅전, 조계문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좌측편 계명봉의 단풍은 이미 지고 있었다.
계명봉 우측 능선에 계명암이 보인다. 저곳에 오르면 범어사 전경이 다 담겨질까. 계명암까지 가기로 한다.
단풍은 이미 빛을 잃고 있었다.
오늘이 음력 초하루라 참배객과 막바지 단풍 구경을 온 사람들로 절은 북적댔다.
은행나무 아래 공양간에서 떡과 주먹밥을 나눠준다. 가는 암자마다 먹을거리가 많다. 충분한 한끼 식사가 된다,
작은 바람의 일렁임에도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단풍나무는 아직도 붉다.
계명암 처마밑에 동백꽃이 곱다.
계명암에 오르면 단풍빛으로 에워 쌓인 범어사 전경이 담겨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잡히지 않는다. 마침 진사 한 분이 계명암 옆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여 따라갔다. 우측 능선까지 갔으나 먼저간 진사분이 보이지 않아 내려올려는 순간 모습이 보였다. 포인트가 어디냐고 묻자 잡히지 않는단다. 같이 산을 해메다가 포기하고 먼저 내려왔다. 집에 와서 계명봉 사진을 보니 잡히는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미련 하나쯤은 남겨 두어야 다음이 있겠지.
산을 헤매다가 겨우 청련암과 내원암의 모습을 담았다. 이곳에도 단풍 시기는 이미 지났다.
대성암과 금강암
금정산 고당봉을 당겨본다.
산빛은 정상에서부터 중턱까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산 아래는 아직도 단풍이 붉은데
2020년 가을은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 코로나19가 지배한 세상에서 봄도 가을도 무의미하게 떠나나 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다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한다고 한다. 의술이 과학이 발달했다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마스크를 바르게 잘 쓰는 수밖에 없다하니 불편해도 따르는 수 밖에. 백신 개발이 성공적이라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니 결국은 인간이 이겨 내겠지.